Dinnis Johnson, November (1959) 국내 초연

2026.10.31. SAT. 2PM.

언더스탠드 에비뉴 아트스탠드 (서울숲역 3번 출구)

Dennis Johnson, November 스케치 일부

Dennis Johnson, November 스케치 일부

오랫동안 잊혔던 20세기 미니멀리즘 작곡가 데니스 존슨(Dennis Johnson, 1938-2018)의 피아노 작품 November(1959)가 국내 초연된다. 극도로 느린 호흡으로 가는 음악의 시간. 이 공연에서는 쉼 없이 연주되는 약 다섯 시간에 달하는 November를 듣게 된다.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녹록지 않을 시간. 화이트큐브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은 중앙에 놓인 피아노를 둘러싼 체어존, 빈백존, 테이블존을 오가며 자신의 관람 방식을 택하여 느린 속도로 변화를 이루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피아노 소리에 깊이 몰입하거나, 그저 소리가 시간을 타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거나, 잠시 눈을 감고 편안함에 이르거나 하는 모든 경험은 관객의 선택이다. 이 긴 시간을 통과하면서 묻게 되지 않을까.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어갈 것인가. 혹은,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우리의 것으로 함께 만들어갈 것인가. 그러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을까.

Dennis Johnson November (1959)

G-B♭. 음악은 단 두 음으로 시작한다. 규칙적인 박도, 박자도 없다. 천천히 세 번째, 네 번째 음이 더해지다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소리들. 홑음과 두꺼운 클러스터 화음이 번갈아 울리는 이 음악을 두고, 작곡가이자 음악 비평가 카일 간(Kyle Gann)은 “빙하처럼 극도로 고요하고 명상적”이라고 술회한다.

1959년, 스무 살의 존슨은 다소 즉흥적인 이 음악을 썼다.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마치 씨앗이 그런 것처럼 음악이 자라났다고, 그는 회고했다. 오랫동안 잊혔던 이 미완결의 즉흥적 음악은 카일 간의 손을 거쳐 마침내 다시 연주될 수 있는 최소한의 악보 형태를 갖추었다. 존슨은 1962년, 이 곡을 직접 연주하고 녹음에 카세트테이프에 남겼는데, 제대로 연주하려면 6시간 가량 걸릴 거라는 라 몬테 영의 말과 다르게 간이 건네 받은 테이프에는 112분만이 담겨 있었다. 그것마저도 불완전한 상태로. 112분 이후의 시간은 존슨이 남긴 화음 모티브를 연주자가 즉흥으로 풀어낸다.

피아니스트 제레드 레드몬드는 데니스 존슨의 스케치 악보와 카일 간이 채보한 악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November를 연주한다. 이 공연에서 듣게 될 음악은 존슨과 레드몬드의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혹은 존슨과 레드몬드, 그리고 라 몬테 영과 간이 공유하는 무언가일 것이다.

제레드 레드몬드 Jared Red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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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드 레드몬드는 베를린에 거주하는 미국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다. 16~21세기 음악을 연주하며 현대 아방가르드에 집중한다. 서울에서 10년간 살며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클래식과 현대음악을 가르치고 연주했다. 앙상블 ‘거리’와 자유즉흥 듀오 ‘비헤디드’를 창단하고, 음악학자 박수인과 역사와 현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을 다룬 〈Wunderkammer 호기심의 방〉 연주 시리즈를 구성해 선보였다.

November, 작품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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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변화하는 음악, 미니멀리즘의 시작에서

데니스 존슨의 November는 1959년에 작곡된 피아노 작품으로, 단순한 음과 화음, 짧은 모티브들이 느린 호흡으로 이어진다. 규칙적인 박자와 뚜렷한 방향성을 따라 진행되기 보다는, 두 음으로 시작된 모티브가 반복되고 새로운 음이 더해지면서 음악은 서서히 변화한다. 제목인 November 역시 이 작품의 시간 감각과 맞닿아 있다. 존슨은 이 작품에서 ‘겨울이 천천히 찾아오는 모습’을 포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지속되는 음악은 계절이 서서히 겨울로 접어드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November의 이러한 특징은 초기 미니멀 음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존슨과 교류했던 라 몬테 영(La Monte Young)과 테리 제닝스(Terry Jennings)는 1950년 후반, 긴 지속음과 침묵을 통해 음악적 사건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롱 톤’(long-tone) 음악을 실험하고 있었다. November는 이들과 공유했던 느리고 정적인 시간 감각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짧은 모티브를 반복하고 변형하며 새로운 재료를 점차 더해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November는 작곡 이후 오랫동안 잊혀 있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1992년경 라 몬테 영이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인 카일 간(Kyle Gann)에게 1962년의 녹음 테이프를 전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간은 이 녹음과 존슨이 남긴 필사본을 추적하고 분석하며 작품의 실체를 복원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훗날 미니멀 음악의 주요 특징으로 자리 잡은 반복과 첨가의 과정이 이미 1959년에 작곡된 이 작품에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November는 초기 미니멀리즘의 형성과 전개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새롭게 조명되었다.

악보와 녹음 사이의 November